한때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였습니다. 거대 소프트웨어 제국 어도비와 떠오르는 디자인 혁신가 피그마.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던 26조 원 규모의 인수합병이 무산되었을 때, 누군가는 피그마의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피그마는 걱정이 무색하게 더 강하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습니다.
이제 피그마는 '누군가의 회사'가 아닌, 오롯이 자신들의 이름 'FIG'를 내걸고 뉴욕증권거래소의 문을 두드립니다. 이것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위한 상장이 아닙니다. 거인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들만의 길을 가겠다는 '독립 선언'이자, AI와 함께 새로운 디자인의 미래를 열겠다는 '출사표'와도 같습니다. 오늘은 피그마의 이 담대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26조의 M&A 실패, '독이 든 성배'였을까?
솔직히 말해서, 어도비의 인수 제안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디자이너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M&A 무산을 반겼습니다. 왜였을까요? 바로 피그마 특유의 혁신 DNA와 독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M&A 무산은 피그마에게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1조 원이 넘는 위약금으로 재무적 안정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어도비라는 거대한 우산 아래에서 안주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큰 혁신을 이끌어냈습니다. 만약 피그마가 어도비에 인수되었다면, 지금처럼 빠르고 과감한 AI 기술 투자가 가능했을까요?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홀로서기 선언: 피그마 IPO의 재무적 자신감
피그마의 독립 선언은 결코 감상적인 외침이 아닙니다. 그 뒤에는 "우리는 혼자서도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강력한 재무적 자신감이 깔려 있습니다.
피그마는 2025년 1분기에만 전년 대비 46% 증가한 매출(약 2,282억 원)과 3배나 급증한 순이익(약 44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유료 구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피그마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피그마의 핵심 전략은 '프리미엄(Freemium)'입니다. 개인 사용자나 소규모 팀에게는 강력한 무료 버전을 제공하여 생태계로 끌어들인 뒤, 더 많은 기능과 보안, 협업 기능이 필요한 기업 고객에게는 유료 구독 플랜을 판매하는 방식이죠. 일단 피그마에 익숙해진 사용자와 팀은 쉽게 다른 툴로 넘어가지 못하는 '락인(Lock-in) 효과'가 매우 강력합니다.
투자자 가이드: 어도비 vs 피그마, 누구의 손을?
피그마의 상장은 투자자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안정적인 제국의 황제, 어도비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거침없이 성장하는 신흥 왕국의 왕, 피그마에 투자할 것인가?" 두 기업의 특징을 간단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구분 | 어도비 (Adobe) | 피그마 (Fig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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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매력 | 안정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 높은 성장성, 시장 혁신 주도 |
핵심 강점 |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아성 | 웹 기반 협업, 강력한 커뮤니티 |
주요 리스크 | 느린 의사결정, 신규 경쟁 심화 | 높은 밸류에이션, 단일 사업 집중 |
미래 비전 | 기존 제품군에 AI 통합 | AI를 통한 디자인 패러다임 전환 |
독립의 서사
M&A 무산은 위기가 아닌 기회였습니다. 피그마는 독립성을 지키며 더 빠르고 과감한 혁신을 선택했습니다.
성장의 증거
폭발적인 매출과 이익 성장은 피그마의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숫자로 증명합니다.
미래를 향한 베팅
단순한 디자인 툴을 넘어, AI를 통해 창작의 과정을 재정의하려는 담대한 비전을 품고 있습니다.
궁금증 풀이 Q&A
결국 피그마의 IPO는 하나의 역사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디자인 툴의 패러다임을 바꾼 피그마가 이제는 AI와 함께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지, 한 명의 사용자로서, 그리고 시장의 관찰자로서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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